선풍기에 깃든 추억.

여름을 코 앞에 둔 시점이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비로소 살갓에 습도가 느껴지는 오늘이다.

몸에 맺혀 있는 끈적거리는 습도를 없애고자 선풍기를 틀고 바람이 적당히 미적지근하게 회전하며 나에게 오도록 했다.

금새 습도가 마르면서 나의 몸은 끈적끈적함이 사라지며 뽀송뽀송한 상태가 되었다. 이때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었는데 바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 이였다. 우리 아버지는 무뚝뚝 하신 분이다. 그래서 어렸을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다.

선풍기를 쐬며 찾아온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바람이 얼굴을 향하게 두면 감기가 걸릴 수 있으니 이왕이면 발 쪽으로 바람을 향하게 하라면서 가끔 선풍기의 각도를 조절 해 주시곤 했던 기억이다.

벌써 20년도 더 된 추억이다.

그저 선풍기를 쐬면서 기분 좋은 시원함을 느끼는 와중에 아버지의 따스한 추억이 생각 났다. 요즘, 회사 일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전화도 자주 못 드리곤 했는데 일부로라도 시간을 내서 자주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런 생각을 아주 가끔 한다.

부모님이 전생에 나의 자녀였다면, 나는 지금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 만으로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거나, 괜한일로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부모님도 이 세상은 처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숙하실 수 있다.

나의 그릇을 더 키워서 부모님을 더 잘 챙겨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게 옳을 것이다.

두번사는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우리는 후회를 남기면 안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